‘편지’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누구에게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나 이야기 혹은 편지가 있을 텐데 나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라는 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 글의 첫 시작도 책 제목에서 기인했다. 이 책은 아동문학가이자 교사였던 이오덕 선생님과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동화작가이자 수필가이자 시인이었던 권정생 선생님이 생전에 주고받았던 편지 모음집이다. 무려 열두 살의 차이 그러니까 띠동갑의 나이를 뛰어넘어 이 둘은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강하게 끌려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편지로 안부를 묻는 일이 당연했던 시절,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누었고 그들의 편지 교환은 30년 가까이 이어졌다.

편지에는 여러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사람의 편지를 읽다 보면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절절한 마음이 온전히 느껴진다.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걱정이고, 입에 풀칠도 못하는 형편에 편지 쓸 종이와 우표를 구해 편지를 쓰는 일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요즘같이 각자의 몫을 칼같이 나누는 것이 당연한 시대를 살아가는 나로서는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지만 빵 없이 살 수 없는 것이 사람인지라 존경스러운 마음과 부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연인이 아니고서야 아니 아무리 연인이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이토록 진심일 수 있을까. 나에게 여유가 있어서 그것을 나누는 것과 나에게 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몫을 나누는 일은 분명 다른 일이다. 물질적인 것 뿐 아니라 마음도 그러하다. 나 또한 1분 1초 매 순간 이러한 진심으로 살고자 하지만 실제는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괴리감에 허우적거리며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갈 뿐이다.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의 편지를 마주하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무엇보다 꾸밈없이 솔직한 마음과 생각이 참 좋았다. 책을 읽고 진정한 친구, 벗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진하게 남았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그 이름은 종이나 비석 따위가 아닌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를 온전히 믿어주고 이해해줄 한 사람만 있으면 그 삶은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을 꽤 오래전부터 해왔다. 같은 맥락으로 삶에서 가장 중한 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다. 하루하루의 기록인 일기를 쓰는 일이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면 편지는 일방적이지만 온전히 상대방을 향하는 마음의 기록이다. 

편지를 주고받는 일은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마음을 나누는 일만큼 중한 일이 또 있을까. 나에게 편지는 글자 한 자 한 자에, 단어에, 문장에 상대방을 향하는 꽁깃꽁깃한 내 마음조차도 온전히 담아 전하는 일이다. 네 옆에 내가 있다고, 내가 너를 응원하고 있다고, 나에게 주었던 네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고, 나는 요즘 무엇 때문에 힘이 들다고, 사실 나는 이렇게 못났다고 등등 나의 진심과 진실을 전하는 일이다. 그렇게 진심과 진실이 담긴 그 편지는 편지를 받는 이는 물론 주는 이에게도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한다. 요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그러한 편지를 주고받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나의 요즘은 그러한데 여러분의 요즘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진정 마음을 나누고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