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디터의 뉴스레터 : 편지,숲(Letter Forest) #12 안녕

오늘의 편지,숲이 도착했습니다.

2023. 11. 24.

레디터의 뉴스레터 편지:숲 (Letter Forest)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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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Essay 편지 에세이 | 무제 - Writer. 한준희
Letter Archive 사적인 편지 | 우리님의 편지
Letter Playlist 플레이리스트 | 우리 다시 만날 때 - 강아솔, 주윤하
Letter Campaign 일상 속 문해력 | MZ세대 문해력 논란 - Feat. 이동진 파이아키아
Letter Box 일상 속 우편함 | 레디터가 수집한 우편함의 풍경

안녕하세요. 레디터입니다. 지난주에 내린 첫눈을 모두 목격하셨나요. 노란 은행나무 위에 살포시 내린 하얀 눈의 아름다운 풍광에 설렜지만 한편으론 이것 역시 지구가 많이 아픈 탓일까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월의 눈은 단번에 우리를 겨울로 데려다 놓습니다. 어느새 거리엔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트리들이 보이고 언제 들어도 설레는 캐럴이 공간을 채웁니다. 올해도 머지않아 정말 안녕이네요.

생각해보면 '안녕'이라는 단어는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똑같은 단어지만 어떤 상황에서 발화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집니다. 누군가를 만날 때 첫인사로 쓰이는 단어이기도 하면서 헤어짐의 순간에는 가장 나중에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부를 전하거나 물을 때에도 '안녕'을 바란다고 합니다. 이 작은 단어 하나에 '만남과 이별, 그리고 소중한 소통'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만남도 작은 편지 한 장처럼 시작되었고, 세 달 동안의 소통을 통해 따뜻한 인연을 만들어갔습니다. 시작이라는 건 끝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 헤어짐이 있듯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시작한 저희의 편지를 겨울의 문턱에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매주 인사의 말을 쓰면서 어떤 단어, 어떤 문장, 어떤 생각을 담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모두의 공감을 얻진 못하더라도 진솔한 마음을 담아 쓴다면 어느 누군가에겐 닿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어떤 날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문장이 고이기도 했고, 또 어느 날에는 도저히 한 문장도 써지지 않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다정하고 맨도롱한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기꺼이 함께해 주신 12명의 에디터분들과 자신의 소중한, 사적인 편지를 내어주신 많은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한 마음을 전해봅니다. 덕분에 열두 번의 편지를 풍성하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해내는 경험은 더없이 소중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일상이 조금 더 많아지길 바라봅니다.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개인적으로는 시간의 흐름을 촘촘히 느끼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냥 지나치던 계절의 풍경들을 눈에 담아두었다가 문장으로 써보기도 했고,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감정과 숱한 생각들을 밖으로 꺼내어 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섬약한 제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톺아보면 글을 쓰면서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어주길 바랐지만 어쩌면 가장 큰 위로를 받은 건 저 자신이었습니다. 모든 과정에서 속에서 저는 또 사람들에게 다정한 말을 배웠습니다.

꽤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왔던 거 같아요. 그 모양은 조금씩 달랐지만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가치는 같았습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들'이 조금 오래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 물론 우리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디지털 디바이스를 들고 있지만 결국 사람들은 부드럽고 따뜻한 것, 담담하고 고요한 것들로부터 위안을 받는다고 생각해요. 부지런히 다녀야만 보이는 장소들, 나의 시선과 당신의 시선을 교차하는 순간들, 거칠지만 보드라운 질감이 느껴지는 종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연필의 촉감 같은 것 말이죠. 편지도 그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가 보낸 편지 또한 여러분의 금요일 오후에 잠시라도 쉼이 되어주었기를 그리고 작은 위로가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자 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의 말이기도 합니다.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할 수 있을 때 하세요. 후회가 남지 않도록. 절망하기보다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희망을 품고 살아가요. 무엇보다 맛있는 거 먹고 푹 자요. 그러고 나서 굳이 찾아서 해야만 하는 소소한 일들을 해봐요. 너무 무겁지 않게 하루하루를 즐겁게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 잊지 말아요.'

그동안 저희의 편지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즌 1 마지막 편지, 숲을 띄우며 모두에게 다정한 안녕을 전합니다. 저희는 또 여기저기에서 열심히 질문을 건네겠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좋은 어느 날 채비를 잘해서 올게요. “다시 만나요, 우리”

사실 편지라는 건, 누군가의 열렬한 사랑과 진심을 고백하는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나는 매년 태우는 편지 덕에 네가 생각나 문제다. 12년 전 그날을 계기로 말이야.

우린 지독히도 붙어 다녔다. 등굣길도 하굣길도. 하교해서는 너의 집 혹은 우리 집에서까지. 그 날 전에도 평소 같았다. 내일 보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너를 안은 건 손끝이 얼어붙을 것 같던 영치실 안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날따라 너는 그 나이라면 하지 않을법한 말들을 많이 했다.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나의 소심함을 응원해 줬다든지 하는 그런 말들. 나는 너의 잇따른 질문에 멋쩍게 웃기만 했고.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지금 들어도 멋쩍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이에 맞지 않게 성숙한 너를 참 동경했었지. 네가 어떤 건조함을 지닌 채로 살았는지 모르는데 말이야. 여태껏 그 대답을 하지 못한 내가 한심해 12년을 생각했다. 현아, 나는 건실한 사람보다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너처럼 다정하고 선한 사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꿈에 나오지 않는 네가 참 미웠었다. 돌이켜보면 무능했던 내가 너를 보냈다는 자책과 허무에 둘러싸여 밀어내지 않았나 싶다. 되레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네가 꿈에 나온다. 실은 두려웠던 것 같아.

아직도 밤하늘을 보는 게 어렵다. 애인의 별이 예쁘다는 말에도 쉽사리 별을 쳐다볼 용기가 없다. 네가 다시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나로서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 용기를 낸 너를 욕보일까 두렵다.

그런데 현아. 근래는 더는 울지 말라며 네가 말이라도 하는 양 좋은 사람이 곁에 많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사람. 나를 성장시켜 주는 사람. 내 아픔에 같이 아파해 주는 사람. 나를 기쁨으로 울리는 사람까지. 이말을 들은 너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렇게 얘기했겠지.

“이제야 너의 다정함을 아는 사람들이 생겼네 준아.”

네가 나에게 가장 자주 했던 말이잖아. 현아, 이제는 너를 정말로 보내보려 한다. 영영 잊겠다는 건 아냐. 너에게 매여 있던 마음들을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나누어 보려고 한다. 부디 너의 영면이, 이제는 나만이 아닌다른 사람들의 애도가 함께하길 바랄게. 너의 유서에 적혀 있던 네 바람처럼 나도 행복해져 보려 한다.

Writer. 한준희(@hanjooonhee )

다정이 삶을 구원한다고 믿는다.

사랑하는 여자친구 고우리
2018년도 이제 마지막날이에요.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습관처럼 지난날들을 생각하게 되는데 올해는 우리에게 참 뜻깊고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아버지를 처음 만나던 날 등에 식은땀이 흘렀고, 상견례 때에는 어색함과 불안함 때문에 밥을 먹는것 같지도 않았어요. 결혼식장을 알아보러 다니던 날에는 내 인생에도 이런 날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묘한 흥분과 걱정을 하기도 했었어요. 지인들에게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릴 때 나보다 더 기뻐해 주던 모습을 보며 내가 꽤 걱정스러운 처지였다는 것을 눈치채기도 했어요. 어머니랑 전통찻집을 가던 날 예비사위라고 소개하던 어머니 말에 설명하기 힘든 뭉클함과 따뜻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고우리를 키워주신 부모님이 이제 나의 부모님이 된다는 것을 느꼈던 잊기 힘든 날이었어요. 우리가 이제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아닌 부부가 될 날이 다가오고 있어요. 기쁨과 설렘, 걱정과 두려움이 함께 있지만 기대돼요. 우리가 부부가 된다는 것이, 나같이 못난 사람을 아껴주고 평생을 함께 해준다는 당신이, 마치 그럴줄 알았다며 내 무릎에 몸을 누이던 파득이까지도 특별하고, 소중해요. 사랑하는 고우리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당신을 만난게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에요. 잊지 않을게요. 소중하게 간직할게요. 더 크고 더 많은 행복을 좆지 않을게요. 삶에 감사하며 당신과 함께 하루하루 행복해 할게요. 사랑해요. 항상 고마워요.
20181231

Date 2018년 12월 31일
From 전 남자친구이자 현재의 남편에게서 받은 편지
Word #마지막 #시작 #약속 #믿음 #사랑
Introduce Letter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서 결혼을 앞둔 한해의 마지막 날 받은 편지입니다. 연인의 관계가 아닌 부부의 관계로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남편과 저의 모습, 당시의 감정들이 편지로 인해 다시금 기억납니다.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남편과 함께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편지를 적어봐야겠어요. 그 누구보다 당신의 건강과 안녕을 바란다고 사랑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 우리 다시 만날 때 - 강아솔, 주윤하

레디터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는 강아솔, 주윤하의 '우리 다시 만날 때'입니다. 이별의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인 이 노래는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의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는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 다시 만날 때 못다 한 인사를 나눠요. 미안한 마음들은 모두 주머니 깊숙이 꼭 숨겨두어요. 이제는 아프지 않을 말들만 해요. 참아왔던 눈물 하고 싶던 얘기 모두 흘려보내요. 이제는 붙잡은 두 손 놓지 않겠다고 약속해요.' 인생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들로 엮어져 있다는 사실을,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언젠가 우리는 다시 만날 테고 맞잡은 손을 놓치지 않겠다고요. 그 마음이 고스란히 이 노래에 담겨 있습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표면적으론 문해력이 문제시되는 것 같지만 그 바탕에 있는 진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어려운 글을 볼 때 단어의 상상력과 문맥의 파악력이라는 가능성(어휘력의 핵심)을 차단한 채 화를 내고 그러한 글들을 쓰지도조차 못하게 합니다. 굳이 그 단어를 사용해야 되냐며 터부시하기도 하죠. 상대방의 의도를 미루어 생각하고 헤아리지 않는 것은 타인의 선의를 추측해서 받아줄 마음이 없는 상태인 상대에 대한 마음의 부재와 같으며 이 문제는 사회 심리학적인 문제라고 말합니다. 비단 문해력의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진짜 문제에 대해 꼬집고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인 듯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집중해서 보시고 말속에 담긴 타인의 의도와 마음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