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디터의 뉴스레터 : 편지,숲(Letter Forest) #06 휴식

오늘의 편지,숲이 도착했습니다.

2023. 10. 13.

레디터의 뉴스레터 편지:숲 (Letter Forest)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Word Library 단어 서재 | 휴식, Rest
Letter Essay 편지 에세이 | 진심을 눌러담는 일 - Writer. 녕
Letter Archive 사적인 편지 | 희연님의 편지
Letter Playlist 플레이리스트 | 그늘 - 윤종신
Letter Campaign 일상 속 문해력 |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한글 이야기 - feat. 네이버
Letter Box 일상 속 우편함 | 레디터가 수집한 우편함의 풍경

안녕하세요. 여러분 레디터입니다. 어느덧 찬 이슬이 내리는 한로를 지나 빈틈없이 빼곡히 아름다운 가을 날입니다. 살갗에 닿는 볕이 따듯하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날씨에 나서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이런 날이면 평소보다 더 멀리까지 걷습니다. 살짝 지칠 때쯤 파란 하늘 아래 앉아 여유롭게 마시는 커피가 몇 배는 맛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가벼이 읽기 좋은 책과 음악을 더하면 뻔한 일상의 색도 조금은 다채로워집니다. 이처럼 일상 속 휴식은 마음의 여유를 삶의 풍요를 전해줍니다.

휴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두 가지의 다른 의미가 나오더군요. 하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 다른 하나는 쉬면서 음식을 먹음 둘의 공통분모는 '휴(休)'입니다. 결국 '하던 일을 멈추는 것'으로부터 휴식은 시작돼요.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쉬면 안 될 거 같은 사회 분위기가 있어요. 쉬는 순간 뒤처지고, 도태되는 건 아닐까? 정말 휴식기를 가져도 되는 걸까? 불안함에 조바심이 나곤 해요. 그도 그럴 것이 #갓생 #프로갓생러 #미라클모닝 등의 해시태그가 꾸준히 유행하는 걸 보면 뭐라도 해야만 할 거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고 맙니다. 아니면 제대로 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번아웃을 경험해 보니 알겠더라구요. 우리가 일을 잘 해내는 것만큼 잘 쉬는 것도 삶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요. 바쁘고 치열하게 살아가다 보면 어쩌다 생긴 휴식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돼요. 갑자기 주어진 자유가 낯설고 어색해서 또 다른 일을 만들고 찾아서 하고 있어요. 쉬어본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기에 방법을 모르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맞아요. 잘 먹고 잘 놀고 잘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해요.

우선 가만히 앉아 나는 언제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휴식 같은 순간들을 떠올리고 노트에 적어보는 거예요. 저에게 있어 쉼이 되어 주는 순간은 '알람 없이 푹 자고 일어나 아침 창문을 활짝 여는 순간,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이 천천히 보드랍게 살랑이는 계절의 순간을 마주하는 일, 맛있게 내려지는 커피의 향기를 맡는 것과 오랜만에 꺼낸 책 사이에 숨겨두었던 나뭇잎을 발견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고 함께 두런두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평화로운 시간 그리고 나만의 공간에서 세상 어디에도 연결되지 않고 혼자만의 고요함을 느낄 때'입니다.

그러니까 쉰다는 건 잠시 멈추는 거예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멍을 때리고 하루 종일 누워만 있어도 돼요. 슬렁슬렁 걸으며 조금 헤매도 괜찮아요. 가끔은 적당히 보낸 날이 더 오래 남기도 하고 멈춰봐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으니까요. 스스로를 너무 볶아치지 않으며 너무 애쓰지 않는 삶을 살아요. 우리

그 어느 때보다 휴식이 간절한 금요일 오후 여섯 번째 편지, 숲을 띄웁니다.

진심을 눌러 담는 일 📝

너의 진심이 나를 살게 했다고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할까. 여행지에서 엽서를 모으는 일부터 시작을 해야할까 아니면 글씨쓰는 것부터가 곤욕이라던 애인에게 편지쓰기를 강요했던 것(그래서 반성문에 가까웠던)부터 일까, 그것도 아니면 고3 수능디데이가 반 전체 학생 수만큼 남은 날부터 매일매일 한명을 위해 돌리던 응원의 롤링페이퍼부터 일까. 아니아니, 그것도 아니라면 울며불며 사춘기를 보내는 내게 적어주던 희미한 엄마의 편지일까. 시작을 알 수 없는 편지와 엽서는 작은 내 방에서도 꿋꿋히 살아남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반성문은 빼고.

워낙 글씨쓰는 것 자체를 즐거워 하기도 했고 여러 문구용품 중 편지지나 엽서가 구매욕구를 당길만큼 귀여움을 담당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편지는 그간 전하지 못한 진심을 꾹꾹 눌러 쓰는 일이었다. 엄격한 부모를 둔, 감정표현에 서툰 장남을 닮은 장녀는 툭 뱉는 말 한마디보다 빼곡하게 채워진 한 장의 편지가 왜곡되지 않은 진심을 전달하는데 쉬웠다. 사랑한다는 말 대신 어깨를 툭툭이는 게 전부여도 편지글 안에서는 어떤 솔직하고 투명한 마음도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었다. 더구나 편지는 연필이 아닌 꼭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 ‘펜으로 수정테이프 없이 쓴다’라는 다소 강박적인 원칙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문장과 단어를 고심하여 고르고, 또박또박 느리게 마음을 글자로 옮기는 일은 애정과 사랑을 전하는 최선의 방식이었다. 그래서 생일, 기념일, 기뻐할 일 슬퍼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무리 바빠도 엽서 한 장에 당신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촘촘히 적어내려 보냈다. 부족한 글솜씨와 낯부끄러운 마음이 행여 묻을까 싶어 다시 읽어보지도 못한 채 봉투에 넣어 호다닥.

몇 년 전 나를 통째로 쏟아 붓던 일을 어쩔 수 없이 그만두어야 했다. 그게 한여름이었는데 그 해가 다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아팠다. 입을 떼어 한마디를 전할 수도, 받는 마디도 무겁게 가라앉을 때였다. 안희연 시인님의 시 <망종>에 '눈동자에는 밤의 기운이 가득한' 그는 '푸른 계절에도 자주 돌처럼 보인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지 못하고 소진된 몸과 마음에 갇혀 자책하고 집착하며 그 시기 나는 '거의 돌이 되었고' 내 친구들은 '이제 그만 삶 쪽으로 걸어 나오라는 말' 대신 편지를 건넸다. 그 편지에는 안녕을 바라며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심을 다하는 사람은 간혹 회의가 들기도 하겠지만, 너의 진심이 나를 살게 했다고 말해도 될까? 누군가 진심을 다하는 일에 누군가 숨쉬고 살게 된다고 –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그 무엇도 될 수 있고, 되고 있다고', '저 역시 당신의 안녕을 바랍니다. 하지만 그것이 – 무엇이든 따라야할 필연적이라는 것이라면 그냥 저는 옆에서 업보를 함께 치르며 살필게요. 너무 힘들지는 않은지, 그것들이 깊게 괴롭히고 있진 않은지요.'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쓰여진 마음은 휘발되지 않고 오래도록 나의 빈 곳을 채웠다.

편지는 거짓될 수 없고, 순수한 진심을 보내고 받는 일이라 믿는다. 다시 방에 놓인 상자를 꺼내 먼지를 툭툭 털고 당신에게 필요한 마음은 무엇일지 고민하며 쓸만한 편지지를 찾고 펜을 든다. 쓰여진 문장들이 당신에게 어떻게 가닿을지 전혀 알 수 없지만, 나의 친구들이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디 봉투를 열어 전해진 진심이 당신을 숨쉬게 하길 바라면서

Writer. 로컬에디터 녕(@local_editor.official)

작고 큰 사람. 로컬에디터를 통해 영화, 책, 공연⋯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가 살아온 로컬에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과 공간들을 모으고 기록'하고 있어요. 여행하듯 살고, 언제나 나로 살아가고 싶어요.

2022.09.20. TUE 유난히 밝고 날이 적절했던 날

정말 간만에 사람을 만나기 전, 잠시 상상마당에서 독서모임 때문에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책을 읽고 싶어 들렀어. 근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더라구. 여기서 말하길 가을은 뜨거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분대. 정말 그런 것 같아. 어느덧 더운 계절이 한차례 지나가고 다시 가을이 왔어. 어떻게 보면 춥지도 덥지도 않은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그' 가을 말이야. 가을은 독서의 계절, 수확의 계절이라고도 하지. 사람들은 가을에 늘 무언갈 많이 붙이더라.

사실 요즘 약간의 번아웃이 온 것 같아. 늘 그렇듯 잘 지나 보내고 있어. 그런데 있지. 너무 심하게 오지도 약하게 오지도 않아서 위드 번아웃마냥 적절한 온도로 무기력을 유지하고 있는 날 발견했어. 이럴 때 뭐라도 해야 한다며 난 또 일정을 만들어내기 시작해. 그런데 있지. 요즘은 그게 조금 벅차다고 느껴. 가만히 누워서 바람을 느끼며 새소리에 집중하는 고요함을 맘 편히 즐기고 싶은 요즘이야. 걱정 마. 나 되게 멀쩡해 보이거든. 또 언제 그랬냐는듯이 또 잘 지나보낼 거야. 난 내가 가진 힘을 믿어. 이날의 용기를 편지를 받는 순간의 너에게로 전할게. 부디 내가 전한 따스함을 그날의 너도 전달받길 바라.

늘 애틋하고 늘 사랑스럽고 늘 고마운 존재야. 나에게 나라는 건. 늘 적절한 온도로, 가을의 온도로 나 자신을 사랑할게. 늘 응원해. 언젠가 이 응원과 사랑이 커져서 주변 사람, 세상에도 나누어 줄 에너지가 흘러넘쳐서 좋은 선한 영향력을 내가 원하는 만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그날이 올 거야. 난 그럴 거라 확신해. 나는 나를 믿으니까.

나에게 있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나에게 편지를 보내며... 마침.

Date 2022년 11월 28일
From '나'로부터 받은 편지
Word #나 #가을 #믿음 #미래
Introduce Letter
이 편지는 보낸 사람은 저 자신이며 힘들었던 지난 가을 즈음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나 자신을 믿고 있다며 미래의 받을 나를 상상하며 썼던 편지입니다.

🎧 그늘 - 윤종신

레디터가 추천하는 플레이리스트는 윤종신의 '그늘'입니다. 짙은 매미울음소리로 시작되는 음악은 지난 여름날의 풍경으로 우리를 데려다 놓습니다. 뜨거운 햇살 피해 큰 나무 그늘아래 앉아 바람에 땀을 날려보내는 모습이 떠오르기 하고요. '나를 싫어했던 사람 나를 좋아해 줬던 사람들, 다 보여요 그 모두가 소중한 일행이었음을 눈을 감고 한숨 푹 깊이 자요' 라는 가삿말은 누구도 탓하지 않고 후회가 남지 않도록 부정적인 감정을 잘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느긋하고 여유로운 이 노래가 나 자신과도 다투지 않는 순한 시간이 한 낮의 그늘처럼 일상에 쉼이 되어줄 거예요. 가다가다 그늘이면 꼭 한번은 쉬어 가요.

오늘은 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하여 네이버에서 진행한 '나의 한글 기록이 미래가 됩니다'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네이버는 매년 한글날마다 '한글한글 아름답게는 캠페인'을 진행해 왔어요. 올해 15주년을 맞아 디지털 한글 생태계를 만들어 온 개인의 한글 기록들을 모아 온라인 전시를 열었는데요.

디지털 세상 속에서 다양한 한글 지식과 정보를 만들고, 누구나 쉽게 주고받으며, 새로운 기술과 만나 확장되어 미래에 전하면서 나와 한글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연결을 의미한다고 해요. 초등학교 시절 받아쓰기, 자식에게 쓴 아버지의 편지, 지금은 사라진 오래된 극장표와 신문까지 시대별, 주제별로도 다양한 콘텐츠의 공통점은 전부 '한글'로 적혀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이의 기록들을 천천히 함께 읽어보며 나는 어떤 기록을 하고 있는지, 기록하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